[에어비앤비 호스트 성장기] 딱 죽고 싶은 오늘
일요일 오후 3시가 넘은 시각, 웬 에어비앤비 고객센터로 부터 메시지가 와있었다. 뭔가 싶어서 열어보니 게스트가 호스트로부터 답변을 못 받아서 예약이 취소되었다는 내용.
엥...? 예약이 들어왔다고? 하고 에어비앤비 어플을 켜보니 게스트모드로 로그인이 되어있어서 체험 관리 화면이 바로 뜨지 않았다. 곧이어 호스트모드로 전환 후 예약화면과 메시지화면을 눌러보다 보니 진짜로 예약이 들어와 있고 심지어 오늘 오전에 미팅 포인트에서 고객이 기다리다가 내가 연락이 안 되는 바람에 예약을 취소했다.
이 모든 기록을 보고 상황 파악이 되는 1분 정도의 시간 동안 진짜 살면서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던 거 같다. 정말 딱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기다렸을 게스트를 생각하니까 눈앞이 아득하고 미안해서 죽고 싶었고 호스트로 등록해 놓고는 예약이 들어왔을 거라는 기대는 전혀 없이 알람도 제대로 설정해두지 않고 게스트를 기다리게 한 나를 생각하니 속에 천불이 나고 I want to kill myself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조금 마음을 추스리고 메시지를 읽어보고 너무 급한 마음에 일단 한글로 미안하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적어서 파파고에 붙여 넣고 답변을 보냈다. 정말 죄송하다. 한국에 계시는 동안 내가 식사를 대접하든 뭐든 해드리고 싶다. 하는 내용을 구구절절 보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러고 다시 메시지함을 보니 이미 고객들이 내 투어에 대한 문의를 몇 번 남겼다가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사과문을 보내고 예약 화면을 확인해 보니 다음 주에도 예약이 들어와 있고 다음 달 말에도 예약이 들어와 있다. 정말 오늘 하루만큼은 내가 너무 한심했다.
물론 오늘 무너졌다고해서 계속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을 계기로 에어비앤비 체험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보았고 앞으로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에어비앤비 어플에서 할 수 있는 알람 설정은 다 해두었다. 그리고 내 프로필에 이메일 주소가 오타가 나있던 부분도 고쳤다.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나를 찾아줄 고객들에게 잘하고 내가 실수했던 고객들도 혹시 다시 연락을 해준다면 정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한국에서의 기억을 좋게 만들어 드리자.
이렇게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하루지만 하나 배운 건 있다. 나는 타인에게 신뢰를 주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이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 견디기가 힘들다.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스케줄 관리를 더 효과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일을 벌이는 것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FOCUS를 곁에 두고 자주 읽으면서 내 목표 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자.
그래도 이렇게 글에 쏟아내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지는듯 하다.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